손기정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여 금메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가슴의 일장기를 월계수 화분으로 가렸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워서 일본이 영광 받는 것을 가렸다. 그는 이로 인해서 더 이상 육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강제 은퇴하게 되었다.
은퇴한 그를 다시 불러온 것은 남승룡 선수이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 3위를 기록한 선수로 손기정의 선배이다.
보스톤 국제 마라톤 대회의 감독으로 손기정을 불러온 것이다.
마라톤의 재능이 돋보이는 선수 서윤복과 함께 보스톤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 한다.
손기정과 존켈리의 인연으로 보스톤 마라톤 대회 초정장을 받는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난민국으로 정식 나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보증인과 보증금이 내야지만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보증인은 인맥을 동원해서 구했지만 보증금은 쉽지 않았다. 세 사람 보증금 2000불 한국돈으로 900만 원이다. 당시 집 한 채 값이 30만 원이었다.
이래저래 도움을 청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출정식을 거하게 하게 된다. 이로써 미군정을 압박해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미군정은 원칙대로 보증금을 내라고만 한다.
기뻐야 하는 출정식이 우울함으로 변한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대한민국이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이들의 출정식을 위해서 하나둘씩 모금을 하면서 순식간에 보증금을 채워버린다.
그렇게 이들은 보스톤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선수 등록을 하고 옷을 받았는데 이게 뭐라 말인가......
태극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성조기가 있다. 말도 안 된다.
손기정은 기리기리 날뛰면서 협회장을 찾아간다.
협회장의 대답을 너무나 어이가 없다. 미군정이 보증하여 참여하기에 당연히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뛰는데 왜 성조기를 달고 뛰어야 한단 말인가
분고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도저히 성조기를 달고는 뛸 수 없다. 하늘이 두쪽이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발악을 해본다.
언론사들을 모아 대대적인 인터뷰를 진행한다.
보스톤의 독립정신, 대한민국의 사정, 그리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협회 측의 원칙을 분노와 답답함으로 토로한다.
협회장의 대답은 여전히 동일하다.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은 무릎을 꿇는다.
순간 대중의 분위기는 변한다. 원칙을 넘어선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협회장은 여론에 몰려 태극기 다는 것을 허락하게 된다.
서윤복과 남승룡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마라톤 경기에 참여한다.
마라톤 경기를 보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코를 훌쩍이면서 가슴에 무언가 꿈틀 하는 것을 느끼면서 보았다.
가슴에 단 태극기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울컥하게 하고 감동을 주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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